여행

중국에서 20시간동안 기차를 타보았다.

2018년10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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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20시간동안 기차를 타보았다.


필자는 지난 9월에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비경을 가진 장가계에 다녀왔다. 원래는 심천에 일이 있어서 홍콩공항으로 입출국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 중간에 장가계를 방문하기로 일정을 세웠다. 혼자는 아니고 중국 현지 친구와 함께였다.


그런데 교통편이 문제였다. 심천에서 장가계까지 내가 이용할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비행기와 기차.

비행기는 인당 32만원을 육박했다. 내가 서울에서 홍콩까지 이동한 비행기가 왕복 15만원이었다. 장가계를 가겠다고 왕복 32만원짜리 중국 국내선을 타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되어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럼 남는 것은 기차뿐인데, 운행시간이 20시간이나 되었다. 고민을 많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장가계에 가야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며칠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GO이다. 밤에 침대 기차를 타고 기차에서 자면 될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내가 앱을 이용해서 나와 친구의 침대 기차표를 예매했다.


드디어 장가계로 가는 날이 되었다. 그런데 엄청난 일이 발생해 있었다. 심천의 기차역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예매한 기차표를 확인했더니 그 표가 취소되어 있었다. 사유는 중국 현지 친구의 신분증이 인증 안되었다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침대 기차표를 찾아보았으나, 이미 매진이었다. 남아있는건 좌석표뿐이었다. 20시간을 그냥 앉아서 가는건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장가계 여행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친구가 내게 한마디했다.

-걱정하지마. 기차 안에서 침대표로 바꿀수 있어.


나는 친구의 이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쨋든 기차역까지 온 이상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서 남아있는 좌석표라도 구입했다.


기차를 탄 내 친구는 우리의 자리로 가지 않고 기차 안에 있는 직원에게 나를 데려갔다. 침대 자리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며.


나는 1도 기대안하고 그의 옆에 서 있었다. 될리가 없다. 매진된 침대자리가 비어있을리가 없다.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놀랍게도 직원의 말은 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운이 좋게도 빈 자리가 있었다. 당연히 차액을 지불했다.


친구의 기지로 다행히 우리는 20시간을 기차 안의 침대에서 편하게 보낼수 있었다. 밤에 한숨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장가계가 가까이 있었다.



장가계에서 심천으로 돌아올 때에도 상황은 같았다. 예매한 침대표는 또 취소되었고, 하루 전에 찾아간 매표소에서도 침대표는 이미 매진이었다. 할수없이 같은 방법을 쓸수 밖에 없었다. 기차 안에서 교체.


하지만 이번에는 안통했다. 장가계에 오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장가계에서 돌아가는 침대표는 빈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꼼짝없이 20시간을 앉아서 가야만 한다.


6명이 다닥다닥 붙어앉아야 했다. 다리도 마음대로 펼 수가 없었다.

시끄러움은 덤이다. 이어폰없이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건 중국인들의 특기다.

기차가 역에 멈추면 기차 안의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문이 잠겨서 아예 들어가지도 못한다.

역무원들은 틈틈이 기차 안에서 물건을 팔았다. 품목도 다양했다.

친구한테 듣기로는 품질이 매우 안좋다고 했다. 더욱 재밌는건 다음날 아침에는 반값에 판매를 했다는 것이다.

기차안에는 전기를 꽂을수 있는 콘센트도 없었다. 따라서 보조배터리가 필수였다.이를 이용해서 직원들이 보조배터리를 팔기도 했으나, 품질이 매우 떨어진다고 했다.


기차 안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담배연기였다. 달리는 기차안에는 사고 예방을 위해 외부와 연결된 공간이 아예 없었다. 창문도 없었다.사람들은 객차의 연결부분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문이 열릴때마다 담배연기가 문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사실 매우 괴롭고 힘들었다. 정말 인내력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그때 내 머리에 든 생각은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였다.

어쨋든 시계는 계속 돌아서 20시간을 채웠다.


장가계의 비경은 이 모든 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이유가 있었다.

지금도 그때 사진들을 보면 믿겨지지 않는다.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가고 싶다.

기차에서 보낸 20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장가계를 한번 더 갈때,  그때에도 기차를 20시간이나 타겠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의 답변은 '그럴수 있다'이다. 침대 기차표를 확실히 예매한다는 조건 아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