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우링허우가 왜 그럴까?

2018년09월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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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새벽, 중국 우한(武汉)의 한 작은 여행사 사무실 안에서 25살 청년인 루오(罗)씨가 목을 매달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우한 시내에 있는 한 공과 대학에 재학 중인 전도 유망한 청년이었지만, 약 17개에 달하는 모바일 소액 대출 어플을 통해 1천만 원 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신분으로 특별한 직업도, 소득도 없었던 그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중국에서 루오씨 사건과 유사한 내용의 사건 사고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흔히 지우링허우(90后)*라고 불리는 이들은 중국의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리던 풍요의 시기에 나고 자란 세대들이다. 경제 발전과 맞물려 사회적으로도 개방과 자유의 바람이 확대 되었던 200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자의식이 강하고, 독립적이며, 지식과 정보의 흡수와 활용 능력이 뛰어난 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지우링허우(90后) ; 1990년대 출생자. 이들은 올해 우리 나이로 19세~28세로, 최근 중국 소비 시장에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지우링허우에 관련한 기사에서 이들의 무절제한 소비 습관과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상해이방인 /  알리바바 모바일 결제 플랫폼 쯔푸바오(支付宝)가 제공하는 신용 서비스(오른쪽 사진) 화베이(花呗)와 쯔마신용(芝麻信用). (오른쪽 사진 위로는 각종 서비스를 통합하는 회원 포인트 점수) 이 중 화베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라 들어가면 대출 가능한 금액과 사용 및 상환에 대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왼쪽 사진)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개인의 은행 계좌와 연동되어 있어 누구나 손쉽게 신용 대출 서비스에 접근 가능하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중국 ICT 기업들의 금융 산업 진출이 맞물린 최근 3-4년 사이, 중국의 인터넷 소액 대출 규모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주된 고객층은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2-30대가 차지하고 있다.

한 매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의 모바일 신용 대출 서비스인 화베이(花呗)*를 이용하는 고객의 33%가 지우링허우, 48.5%가 빠링허우(80后)**인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어로 '花'는 '돈을 쓰다'라는 뜻이다. '呗'는 '(가볍게) ~해봐', '그렇게 해'라는 의미의 조사이다. 이러한 의미를 고려하면 '花呗'는 '한 번 써봐', 혹은 '일단 쓰고 보자' 정도의 의미가 된다. 

**  빠링허우(80后); 1980년대 출생자로, 현재 중국의 30대를 이르는 말. 


알리바바 그룹 마이화베이(蚂蚁花呗)가 자체 조사, 발표한 <2017년 청년 소비자 생활 보고>에 따르면, 약 1.7억 명의 지우링허우 가운데 25%인 4500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인터넷 및 모바일을 이용한 신용 소액 대출의 수요가 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빠르고 간편한 접근성이다. 대출을 원하는 누구나 간단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단시간 안에 대출 가능 여부와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신용’을 이용한 대출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현금 사회’다. 현금 자체를 선호하는 소비 습관과 신용 거래에 취약한 금융 시스템으로 인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 거래 비중이 매우 낮았다. 

그러나 ICT 기업을 필두로 인터넷망과 모바일을 이용한 신용 기반 금융 서비스업이 확대되면서 점차 신용을 담보로 한 소액 대출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 모 금융회사의 웹페이지 캡쳐 / '00금융회사를 선택해야 하는 4가지 이유 - 높은 대출 금액, 신속한 서비스, 낮은 이율, 무담보 무저당'이라는 광고 문구가 적혀있다.  


문제는 ‘신용’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금융 기관마다 각기 다른 신용 평가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인터넷 신용 소액 대출은 특별한 담보나 저당 없이 연령이나 소비 거래 내역, 과거 대출 상환 기록 등을 기준으로 대출 금액을 책정한다. 

특히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 역시 특별한 제약 조건 없이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서비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소액 대출 서비스의 환급 포인트가 스마트폰 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이를테면 쯔푸바오)와 연계되어 다양한 포인트 적립 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 클릭 한 번으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출석 포인트’나 대출 또는 물품 구매시 받는 포인트 적립 시스템은 마치 모바일 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듯한 짜릿한 쾌감마저 들게 한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소액 대출 중독증’, 우선 돈을 빌려 쓰고 대출금은 갚지 않는다는 의미의 ‘먹튀 전략’(花钱不换的战略)’과 같은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과 책임은 소비의 욕구와 쾌감을 절제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몫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우링허우의 경우 소비의 많은 부분을 의류나 화장품, 고가의 명품 브랜드 구매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소비된 사치품들은 그들의 SNS 속에 ‘전시’되며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발휘한다. 

저장성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판(范)씨는 소액 대출 가능 금액과 소비 금액을 친구들과 비교하며 경쟁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저는 매월 대출 가능한 금액이 2-3천 위안 정도(약 50만 원)인데, 제 친구는 1만 위안(약 180만 원) 이에요. 그 친구는 어떻게 그 돈을 다 쓰지 않고 두는지 이해가 안되요. 저라면 당장 그 돈으로 사고 싶은 물건을 다 사버릴텐데 말이죠.”


사진 - 바이두 / 지난 7월 저장성(浙江省) 공안 당국은 20대 37명이 가담한 모바일 소액 대출 관련 범죄 일당을 붙잡았다. 이들은 모바일 소액 대출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접근해 신용 포인트나 금액을 올려주겠다고 속여 약 1200만 위안(약 20억 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편취한 혐의로 체포, 구금되었다.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대부분 지우링허우인데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용 소액 대출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로까지 이어지면서 중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20대 젋은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욕망과 절제를 모르는 소비 습관은 개인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신용 소액 대출을 통한 과소비, 대출 상환을 위한 추가 대출의 범람(흔히 말하는 ‘돌려막기’), 20대 신용 불량자와 개인 파산자의 증가, 심지어는 앞선 사례처럼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성범죄 및 강도,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자기 절제가 부족한 소비자들에게만 떠넘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각종 사회 문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및 모바일 신용 소액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수는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고, ‘더 쉽고’, ‘더 빠른’ 대출 서비스를 약속하는 광고는 인터넷 여기저기를 도배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들의 무지와 탐욕으로 돌리거나 ‘현금 사회’에서 ‘신용 사회’로 가는 과도기에 나타나는 필연적인 부작용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매우 쉽고 간단한 방법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문제의 원인 파악과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기 어린 젊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갉아먹고 있다'며 고개를 내젓기에 앞서, '일단 돈을 빌려 쓰도록' 부추기고 이익을 가로채는 기업들의 신뢰와 기업 윤리 의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시급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관할, 감독하는 정부 당국과 금융 기관 역시 더 큰 사회적 문제와 혼란이 발생하기 전에 적극적인 개입과 궁극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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