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와이마이(外卖) 대국의 빛과 그림자

2018년08월22일
WechatIMG6.jpeg

지난 8월 2일, 스타벅스와 알리바바는 9월부터 스타벅스 제품에 대한 배달 서비스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사진 - 바이두/每日经济新闻


그간 고급 커피 전문점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배달 과정에서 제품의 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해 배달 서비스의 빗장을 걸어 두었던 스타벅스가 마침내 알리바바와 배달 서비스 제휴를 체결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콧대 높은 스타벅스마저 중국의 배달업 시장의 위세에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시대와 시장의 변화를 수용한 타당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지 - 바이두 / 배달 서비스 종사자들이 거리에서 주문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일명 ‘와이마이(外卖)’라고 불리는 중국의 배달 서비스 시장의 규모와 형태는 가히 놀라움 그 자체다. 음식과 마트에서 산 생필품이 가정집이나 사무실로 배달되는 것은 물론이고, 동네 편의점이나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물건부터 구멍 가게의 작은 소모품 하나까지, 일반 영업점, 학교, 백화점, 심지어 길거리 어느 특정 장소까지 배달되지 않는 경우가 없다. 그야말로 배달의 전성시대, 배달의 왕국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배달 서비스업의 선두 주자인 메이투안(美团)이 발표한 <2017년중국배달서비스업발전연구보고>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배달업 서비스 규모는 약 2046억 위안으로 우리돈 33조 5천 억 원을 상회한다.*  이는 전년 대비 23%가 증가한 수치이며, 해마다 매우 가파른 속도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 우리나라 2017년 국방예산이 약 40조 원이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사진 - 바이두/ 각기 다른 배달 전문업체에 속한 배달 종사자들이 한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주문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에서 배달 서비스업이 양적으로나 내용 면에서 이렇듯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배달 종사자들이 특정 매장이나 영업점에 소속되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의 배달 종사자들은 배달 전문 업체(메이투안, 어러머 등)에 소속되어 있다. 

모바일 어플을 통해 배달 요청이 들어오면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경쟁적으로 주문을 선취해 배달을 성사시키는 방식이다. 배달 종사자들은  주문 건 수에 따라 수입을 받게 되는데, 그 방식이 우리나라의 대리 운전 서비스나 견인차 서비스와 흡사하다. 물건 판매자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덜고, 고객 입장에서는 물품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바일과 통신 서비스의 보급 및 발전, 도시화된 생활 방식과 편리성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소비 성향을 고려하면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활의 편리와 혜택이 그저 꽃길을 걷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배달 서비스 업체 간 치열하고 과도한 경쟁 속에 배달을 수행하는 종사자들의 안전과 인권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거나 아예 무시되고 있다. 


사진 - 바이두 / 사진은 '배달 중 마트에 들려 쌀 25kg, 5 kg 수박 2통을 사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낮은 평가 점수를 줄 겁니다!'라는 메모가 적힌 주문서. 중국 포털에서는 고객들의 황당하고 무리한 요구가 적힌 주문서 관련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큰 키와 잘 생긴 외모의 배달 직원을 요구하는 내용부터, 주문과 관계없는 물건의 구매, 배송 요구,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 처리를 해줄 수 있는 직원을 보내달라는 요구 등 천태만상이다.


실적과 시간의 압박에 내몰린 배달 종사자들의 크고 작은 교통 사고 소식은 일상이 된 지 오래고, 배달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고객의 폭행 관련 사건이나 배달 직원에게 황당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비스 품질에 대한 낮은 평가(일명 차핑, 差评)는 해당 업체의 영업 수익은 물론 배달 종사자의 수입과도 직결된 핵심 사안이다. 때문에 낮은 평가 점수를 피하고자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도 고개를 숙이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을’들의 인권 침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사진 - 바이두 / 지난 8월 16일, 중국 인터넷에 배달 시간 지체에 불만을 품은 성인 남성 세 명이 영업장에 찾아와 배달 직원을 집단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광동성 주하이(广东珠海)에서 배달 직원으로 일하던 한 남성은 지난 13일 배달을 나섰지만 고객과 연락이 닿지 않자 부득이 고객에게 문자를 남기고 돌아왔다. 추후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당시 고객의 전화가 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폭행 피의자 세 명은 공안에 체포, 구금된 상태고, 피해자는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사진은 사건과 무관함)


배달 서비스업의 성장과 확대는 분명 일상의 편의와 생활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편의의 증진은 단지 기술의 진보와 발전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저 방식이 바뀌었을 뿐,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신성한 노동과 수고로움을 통해 물건을 얻고 소비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중국 네티즌들 또한 소비자 스스로의 각성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배달 서비스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 - 바이두/ '배달 아저씨, 안전에 주의하세요.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배달이 늦어져도 낮은 평가를 드리지 않을거에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주문서


기업의 이미지, 사업의 수익성, 소비자의 권리와 만족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속해 있는 또 다른 참여자들을 대하는 우리 모두의 성숙한 자세에 대해 한 번쯤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