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국이라는 불신 사회

2018년07월27일
cover.jpeg

최근 불거진 ‘가짜 백신’ 사태가 중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 장성(长生) 바이오가 생산, 유통한 불량 광견병 백신(Vero-Cell)과 관련한 보도가 나간 지 2주 가량의 시간이 흘렀지만, 논란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사진 출처 - 바이두/ 신화사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까지 나서서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에 대한 엄벌을 약속하고, 해당 제약 업체의 백신 생산 전면 중단과 시장에 유통된 물품의 전량 회수, 관련자 15명 구속 등 발빠른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론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업체에서 생산한 기준 미달의 DTP(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백신이 이미 25만 명의 영유아에게 접종되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공포와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 바이두


보건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사건은 불행히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가짜 백신 사태는 꼭 10년 전이었던 2008년 발생한 멜라민 분유 파동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중국 내 시장 점유율 1위 유제품 업체이던 싼루(三鹿)사를 포함해 21개 유제품 회사가 분유의 단백질 함량 기준을 맞추기 위해 우유에 멜라민을 첨가한 ‘질소 분유’를 만들어 유통시킨 사건으로 총 4명의 어린 아이가 사망하였고, 신장 결석이나 신부전증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만  5,300여 명에 달했다.

 

사진 출처 - 바이두


사건 이후 관련자들은 무기징역과 벌금형 등을 선고 받았고, 싼루사가 파산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질소 분유를 먹은 피해자들은 신장 결석, 체중 미달 및 발육 부진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우울증에 걸린 피해 아동의 부모,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가계 파산 등 안타까운 사연이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바, 중국에서 불량 식품의 제조와 판매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제품의 중량을 높이기 위해 새우나 게, 생선 등 해산물에 금속 성분의 물질을 주사하거나 깨, 쌀과 같은 농산물에 모래를 섞어 파는 행위, 냄비를 녹아 내리게 할 정도로 유해한 화학물질을 배합해 만든 가짜 돼지 껍데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 등을 고발하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금전 취득을 위한 단순한 사기 행각을 넘어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는 이미 한계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단 한 푼 어치의 돈이라도 벌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배금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하나의 새로운 법이 생기면 그 법을 피할 수 있는 백 가지의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미약한 준법 의식이 참으로 아쉽다. 

 

누군가는 말한다. 중국인들은 의심이 많다고. 그러나 중국에서 생활한 지난 6년 동안 경험한 바를 통해 얻게 된 씁쓸한 사실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중국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불량 백신 사태 역시 어느 한 기업의 일탈과 부조리가 만든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과정과 신뢰보다 결과와 이익을 중시하는 안일한 윤리 의식과 제약 회사와 의료 시설, 관련 공무 집행기관이 연계된 만연한 부패와 정부 관리의 허점과 같은 조악한 사회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속이는 자보다 속는 사람이 더 잘못이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작은 일 하나라도 끝까지 의심하고 조심해야한다는 일종의 자기 방어를 위한 경계의 말이다.

불확실성과 이기적인 생존 본능이 가득한 사회에서 나와 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인식의 한 단면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불신 사회에서는 개인과 사회가 치러야할 유무형의 비용이 너무나 크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산 유제품 구매를 거부하는 중국의 소비자들에게서 이 사건이 남긴 사회적 상처와 트라우마가 얼마나 큰 지, 그리고 한 번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여실히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중국 제약회사가 제조, 생산한 각종 백신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외국산 제품 및 취급 병원에 관한 정보를 찾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고, 심지어 홍콩이나 외국으로 백신을 찾아 원정을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오고 있다. 사람들의 불신과 불안이 얼마나 큰 지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2016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된 중국산 플라스틱 쌀 사건, 최근 발생한 발암 물질을 함유한 고혈압약 원료 발사르탄 사건 등, 이제 중국의 불량 식품과 의학 제품 문제와 피해 사례는 중국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바이두


세계 정상의 초강대국 도약, 문명국가(文明国家) 건설을 부르짖는 중국이 그에 걸맞는 지위와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속는 사람’이 비난 받지 않고, ‘속이는 사람’을 일벌백계 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촘촘한 사회적 안정망과 신뢰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부디 이번 불량 백신 사태가 중국의 식품 안전과 보건 환경의 신뢰를 기초부터 쌓아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출발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