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70%의 공적과 30%의 과오

2018년05월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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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군 특파원이자 작가로도 널리 이름을 알린 이탈리아의 오리아나 팔라치(Oriana Fallaci) 기자가 생전에 덩샤오핑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덩샤오핑에게

“천안문 광장에 마오쩌둥 전 주석의 초상화를 영구적으로 걸어둘 필요가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이에 덩샤오핑은 단호하게 답했다. 

 “물론이오. 마오는 생전에 70%의 공적과 30%의 과오를 지녔오. 그가 우리 중국 인민을 위해서 일군 위대한 업적은 결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초상화를) 영구히 걸어 두어야 하고 말고.”


[이미지 - 바이두] 덩샤오핑과 악수하는 오리아나 팔라치 기자

 

   ‘70%의 공적과 30%의 과오(七分攻三分过)’는 중국에서 마오쩌둥의 정치적 공과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로 통한다. 비록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광풍 속에 자행된 인권유린과 정치적 박해로 수 천 만 명이 희생되는 우를 범하긴 했지만,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끌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한 그의 공적이 과오를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일견 중국인 특유의 실리적 사고 방식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전체를 만족시키는 완전무결한 삶을 살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들이 ‘건국의 아버지’라 칭송하는 지도자에게조차 30%의 과오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말은 그의 과오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문제 제기를 가로막는 일종의 면죄부로도 작용하고 있다. 공이 과를 압도적으로 넘어서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잘못은 눈 감아줄 수도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이미지-바이두, 界面]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전체회의에서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하는 공산당 당헌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중국이 고도의 경제 발전과 개방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중국 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주류 여론으로 확대되는 데에는 한계를 내비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도 시진핑 주석의 일인 통치체제 강화와 권력 집중화에 대한 적지 않은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 의식과 찬반 양론의 다양한 시각이 공론화되고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 하는 것이다.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연령 및 계층의 중국인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사람들은 정치 문제에 대한 관심도와 연령, 직업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체로 시진핑 정권의 반부패 개혁과 중국의 국제적 지위  향상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향후 이어질 시진핑 집권 2기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임기 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과 국력 신장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높았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대학생의 금번 당헌 개정과 관련된 언급이었다. 비록 국가 주석의 임기 제한 철폐 조치가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를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결과가 어떠할 지에 대해서는 역사가 판단할 몫이라는 것이다. ‘70%의 공적과 30%의 과오’라는 평가가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역사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훌륭한 지침서이다. 역사의 위대한 업적이 결코 지워질 수 없듯이 역사가 할퀴고 간 과오와 그로 인한 상처 또한 지우거나 되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동서고금의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시진핑 집권 2기와 그 미래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공적의 길로 순항해나갈지, 그 길에 또 다른 역사의 오점이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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