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핀테크 강국 생활 보고 : 우리는 정말로 '연결'되어 있을까?

2017년09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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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이 없는 평일 오전, 간단한 찬거리를 사기 위해 길을 나선다. 아파트 단지 입구 앞에 주차된 십 수 대의 공유 자전거 중에 하나를 골라 바코드를 스캔하고 가까운 대형 마트로 향한다.


사진 - 상해이방인 / 중국의 중소 도시 및 대도시에서는 어디에서나 많은 수의 공유자전거를 볼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을 담아 계산대에서 모바일 결제를 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근처에 있는 공유 차량(滴滴出行)을 호출해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와 SNS 메신저에서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경계심에 반쯤만 열어 놓은 문틈 사이로 전날 모바일로 구매한 물건을 건네는 택배 기사의 재빠른 손길이 스치듯 지나간다.
"택배요.", "감사합니다."
벌써 수 개월째 우리집을 방문하는 직원이지만 더 이상의 말을 섞은 적도, 눈길을 마주한 일도 없다.


모바일 배달 서비스 화면 캡쳐 / 일반 편의점 또는 동네 마트의 물건도 간편하게 주문, 배송 받을 수 있다. 


늦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인가에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잔이 절실하지만, 그렇다고 밖에 나가는 수고로움을 겪을 필요는 없다. 휴대폰을 꺼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꼭 음식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커피나 제과점의 빵, 일반 편의점의 각종 물품부터 동네 구멍 가게 작은 소모품까지 배달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이웃 나라 중국의 이야기다.


자료 - 코트라 해외시장 뉴스 9월 자료 <중국 금융업의 새로운 트렌드, AI+ 금융>


오늘날 중국은 그야말로 *핀테크 강국이다. 

코트라의 2017년 한 보고 자료에 따르면, 중국 핀테크 산업의 영업수입 규모는 2016년 한 해 약 4214억 위안에 달했으며, '2017년 핀테크 도입지수'에서 핀테크 도입률 69%(6억 9500만 명)로 조사 대상 국가 20개국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핀테크 도입률 32%로 12위에 머물렀다. (KOTRA 해외시장 뉴스 2017년 8월, 9월 자료 참고)


*. 핀테크(Fintech) :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터넷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술을 의미한다. 지급 결제, 금융소프트웨어, 금융 데이터 분석, 플랫폼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중국에서는 '거리의 부랑자도 모바일 페이로 구걸을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만큼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 되어 있다. 식당, 마트, 대중교통 수단은 물론이고 개인과 개인 간 크고 작은 규모의 거래에 있어서도 QR코드 인식을 통한 결제가 일반화 된 지 오래다.


이미지 - 바이두


우리나라에서 올 한 해 큰 이슈가 되었던 온라인 은행의 도입도 중국이 우리보다 약 3, 4년 앞질렀다. 앤트파이낸셜(蚂蚁金服), 중안보험(众安保险) 등 온라인 결제, 대출, 보험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핀테크 플랫폼들이 2010년 이후 대거 등장하였고, 온라인 은행 역시 텐센트(2014년, 웨이중은행)와 알리바바(2015년, 왕샹은행) 등 IT 공룡 기업의 진출이  활발히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 - 코트라 해외시장 뉴스 9월 <상동> /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페이(54%)와 위챗페이(40%). 시장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단순화된 모바일 페이 시스템의 구조가 모바일 페이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이 이렇게 핀테크 강국으로 급부상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제 성장에 힘입은 거대 IT 기업의 성장과 인터넷, 모바일 등 기술력의 보급, 소수 기업이 지배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불균형적 구조, 저조한 신용카드 보급률 및 현금 지급 선호의 결제 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주도적인 노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2010년을 전후하여 비금융회사의 지급 결제 서비스에 대한 법률을 도입, 시행하는 한편, 온라인 지급 결제 시스템의 구축과 시장의 확대, 발전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미래 산업 발전의 주도권을 쟁취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경제 전략과 목표가 작용한 결과다.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015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플러스(이하 인터넷+)'의 개념을 공식적으로 주창하면서 인터넷과 과학 기술 분야에 대한 국가적 역량의 우선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핀테크 산업의 발전과 넓게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이미지 - 바이두


'인터넷 +' 란, '관계'를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인간의 지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미,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그리고 사회 모든 분야를 망라한 전방위적 '연결' 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한다. (<인터넷 플러스 혁명>, 마화텅, 장샤오펑 외 지음, 비즈니스북스 참고) 


이 전략에 따르면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 요소, 즉 개인과 조직, 집단과 지역, 각 산업 분야와 정부 관료 서비스 등 그 어떤 제약 조건이나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회 구성 요소들이 '연결(플러스,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야심과 설계 목표는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괄목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중국인들은 일상의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광범위하고 복잡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비용의 절감, 공간의 압축, 생활의 편리 향상 등 놀라운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미지 - 바이두


그러나 한편으로, 기술이 이루어낸 '연결'된 세계에서 우리는 정말 더 많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손 안의 인터넷을 통해서 공유 자전거와 공유 차량을 이용하고, 모든 구매와 소비 과정에서 바코드 인식만으로 간편하게 결제와 배송이 이루어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과, 내 이웃에 사는 누군가와 눈빛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휴대폰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실시간 '소통'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는 '연결'보다 더 많은 관계의 '절연'을 경험하고 있다.


사진 - 상해이방인 / 이발 전문점 앞에서 서비스 이용에 앞서 바코드를 인식하고 결제를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연결'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시스템'이다. '구매자-시스템-판매자', '소비자-시스템-서비스 제공자', '개인-시스템-개인'이라는 새로운 관계망 속에서 개인들은 보다 넓고 무궁무진한 기회와 '플러스'되면서 동시에 그 이상의 '단절'과 '고립'을 경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굳이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단 한 마디의 말을 내뱉지 않아도 불편함 없이 하루를 살 수 있는 이곳, 핀테크 강국 중국에서 '사람 냄새' 나는 관계와 소통이 절실하게 그리워지는 요즘이다.